단식 (23.9.15) 斷食 / 김영석 죽음 곁에서 물을 마신다 잠든 세상의 끝 마른 땅 위에 全身의 어둠을 쓰러뜨리고 無垢한 물을 마신다 너희들의 빵을 들지 않고 너희들의 옷을 입지 않고 너희들의 허망한 불빛에 눈 뜨지 않고 주춧돌만 남은 자리 다 버린 뼈로 지켜 서서 피와 살을 말리고 그러나 끝내 빈 손이 쥐는 뿌리의 藥 바람이 분다 無垢한 물도 마르고 씨앗처럼 소금만 하얗게 남는다. 책읽기 2023.09.15